김주영 교수

UCLA 메디칼 스쿨 신경 정신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니엘 시글 (Daniel Siegel M.D.)의 대인 관계적 신경 생물학의 (Interpersonal Neurobiology)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이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14개 이상의 학문 분야들이 함께 어우러져 객관적인 과학 분야 (Neurobiology)와 주관적인 인간의 관계경험 (Interpersonal Relationship)을 잘 조합시켜 새로운 상담 원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학에서부터 시작해서 수학, 생물학, 컴퓨터 과학, 사회학, 심리학, 신경 정신학, 언어학, 시스템 이론 등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 내용과 과학의 방법을 잘 통합시켜 대인 관계적 신경생물학의 모델이 만들어졌다. 정신적 웰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모델이며 상담을 하는 상담자들은 이 모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내담자를 도울 수 있다.

먼저 대인 관계적 신경생물학에서 이야기하는 몇 가지 핵심을 통해 어떻게 하면 정신적 웰빙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지 또한 대인 관계적 신경생물학에서는 정신병리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정신적 웰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살펴보겠다. 우리는 종종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 때 또는 마음이 평안할 때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잠언 4장 23절에서도 생명의 근원은 마음으로부터 온다고 이야기하듯이 마음은 정신적 웰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마음을 Daniel Siegel 박사는 이렇게 정의 내리고 있다. “마음이란 에너지와 정보의 흐름을 조절하는 내재된 과정이다 (Mind is defined as an embodied process that regulates the flow of energy and information).”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와 정보는 곧 우리의 신경체계 (중추와 말초 신경계)를 통해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게 되는 정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고, 내재된 과정이란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정보를 정리해 주는 두뇌를 비롯한 전반적인 신경체계와 기억체계라고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마음이 하는 역할이 있다면 우리 주위 환경으로부터 오는 자극들을 조절 (regulate) 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마음이 건강하게 잘 형성된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부정적인 말을 건넬지라도 그런 부정적인 말과 또한 말에 담겨 오는 에너지를 잘 걸러서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마음이 건강하게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런 부정적인 말과 에너지에 대한 반응으로 시기, 질투, 분노, 원한 등의 감정으로 증폭되어 정신적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Dr. Siegel은 마음의 출현(emergence of mind)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의 출현은 곧 대인 관계를 통해 전해지는 에너지와 정보(Energy and Information shared by two brains), 나 자신의 두뇌 안에서 흐르는 에너지와 정보 (flow of energy and information within the brain),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과 환경으로부터 오는 자극으로 인해 출현 된다고 한다. 결국, 우리의

마음은 자라면서 주위의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떠한 환경에서 어떤 자극 (에너지와 정보)을 받았는지, 또한 나 나름대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에 따라 그 마음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대부분 사람은 마음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굳어져 버리고 바뀌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정반대이다. Daniel Siegel 박사는 우리의 마음을 형성시키는 신경 시스템은 역동적이며(dynamic) 일생을 통해 성숙하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오는 자극을 계속해서 경험하는 한(ongoing experience) 우리의 마음은 그런 경험과 자극에 반응하면서 계속 형성되어 간다고 이야기한다.

이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빌립보서 4장 4절에서 9절에 나오는 사도 바울의 메세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받을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받을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 너희는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두번째로 대인 관계 신경 생물학에서 이야기하는 정신병리와 더불어 어떻게 해야 정신적인 웰빙을 가꾸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Daniel Siegel 박사는 정신병리는 신경 체계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에너지와 정보를 우리 마음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 병리적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흘러 들어오는 정보와 에너지를 우리의 마음이 무질서하게 (chaotic) 또는 이와 반대로 너무 경직되게 (rigidity) 처리하게 되는 경우 정신병리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무질서하게 또는 너무 경직된 쪽으로 정보와 에너지를 처리하게 되는 경우 유연성이 없고 (inflexible), 부적응적이고 (maladaptive), 일관성이 없고 (incoherent), 위축되고(deflated), 불안정한 (unstable)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들어오는 정보와 에너지의 흐름을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 두 사이에서 발란스를 맞추어서 잘 조절하게 되는 경우 유연하고 (flexible), 적응적이며 (adaptive), 일관되고 (coherent), 활력이 있으며 (energetic), 안정된 (stable)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곧 정신적 웰빙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우리의 마음으로 흘러들어 오는 에너지와 정보를 잘 통합 (integrate)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정신적 웰빙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Dr. Siegel의 주장이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의 평안도 바로 이런 면에서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다. 빌립보서 2장에서 사도바울은 예수님께서 우리의 평화라고 하시고 예수님을 또한 모퉁이 돌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평화 (peace)와 모퉁이 돌 (cornerstone)은 헬라 단어인 eiro에서 파생된 eirēnē 를 사용하고 있다. 헬라어 동사인 eiro는 접합하다(to join)라는 의미가 있다. 곧 예수님 자체가 모퉁이 돌이 된 이유는 도저히 같이할 수 없는 극과 극인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 인간과 하나님 사이를 접하게 해준 그 자체가 바로 평안이라는 것이다.

정신적 웰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는 혼란스런 (chaotic) 외부 경험들에 대해 늘 해오던 경직된(rigidity) 방식 사이에서 알맞은 균형을 찾아 우리 마음으로 흘러들어 오는 에너지와 정보를 잘 통합시킬 수 있을 때 마음의 평안과 정신적 웰빙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