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기 과시를 하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하는 태도를 보고 쉽게 판단하여 Narcissism(자기애)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자기확신과 약간의 허영과 교만으로 보이는 자랑들을 (예를 들어, 셀피를 찍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자기를 보여주길 좋아하는 등) 정신병리에서 말하는 자기애와는 어떻게 다른가? 실제로 병리적인 자기애, 즉 자기애적 성격장애로 진단 되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전체 인구의 1%밖에 해당이 안 된다.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특징

자기애적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NPD)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친밀감이 필요한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나누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기애이 여러 종류로 나타날 수가 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자기애주의자(Narcissist)들은 자신의 외모나 돈, 명예에 집착한다. 또 다른 타입은 남을 돕고 굉장히 헌신적이며 매우 이타적이기도 하다. 내성적이며 여린 타입은 사소한 비판적인 말에 아주 예민하게 상처를 받는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여러 가지 타입의 자기애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구별함으로써 자신의 불안한 자신의 정체성을 달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위대함을 끊임없이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에 마주칠 때 심하게 절망하거나 분노를 드러낸다. 그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병원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잘난 척하는 것도 알고 남들이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알지만 별로 문제 삼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자신을 우월하게 느낌으로써 열등감을 위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모들이 양육과정에서 성공을 인정해주지 못하거나 자랑하지 못하도록 교육해왔기 때문에, 그나마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삶의 힘든 역경을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강한 자기애마저 빼앗기게 된 것이다.

나르시시즘과 자녀 양육

강한 자기애는 강한 자존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둘은 거의 서로 관련이 없다. 부모가 따듯하고 애정이 많으며 아이들의 관심사에 같이 관심을 보여 주면 아이들은 점점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 (자존감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이 같은 자존감은 절대로 자기애로 흘러가지 않는다. 반대로 아이를 과대평가나 과소평가하면 그것은 자기애를 더 강화하는 것이 된다. 자기애주의자로 키우지 않으려면 “네가 이겼어야 마땅해” 라던가 “넌 왜 제만큼 잘하지 못하니”라든지 보다 아이에게 “너는 잘했어.” 라는 말이 더 낫다. 어릴 때부터 승부에 너무 집착하게 하면 부모의 기대치에 부응해야만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아이는 그렇게 배운다. 자기애주의자를 키우는 부모는 이 세상이 경쟁이라고 가르치며 승자와 패자가 있을 뿐 너는 승자이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건강한 가르침이 되려면 “네가 최고가 되지 않아도 된다.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라고 가르쳐야 한다.

나르시시즘과 문화

자기애는 선천적인 것에 더하여 후천적인 요인으로 더 강화될 수도 있고 약화 될 수도 있다. 교육환경과 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해 확대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경쟁이 심한 뉴욕과 그렇지 않은 아이오와를 비교했을 때 뉴욕이 4배나 더 높은 NPD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집단주의 문화인 중국이나 일본보다 미국이 더 많은 NPD 집계를 나타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남을 더 배려하는 교육을 받기 때문이고 미국은 자신을 더 광고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교육을 받기 때문으로 본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경력이나 프로 파일을 업데이트하는 등 소셜미디어에 올림으로써 자기애적인 성향을 부추기는 기회들이 생겼다. 이러한 문화적인 변화가 자기애에 대한 기준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은 젊었을 때가 더 자기애적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책임을 져야 할 것들이 많이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경제적 침체나 힘들었던 세대에서는 자기애적인 사람들이 적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런 어려움이 겸손하게 자신들을 돌아보게 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르시시즘과 대인관계

역사적으로 봤을 때 나폴레옹이나 무솔리니 같은 리더들은 확실한 자기애주의자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리더로서의 강한 확신은 힘이 있는 자리로 밀어 올리게 되지만, 이내 사람들은 그들의 자기중심으로 점철된 그런 사람들에게서 점점 염증을 느끼며 떠나가게 된다. 진짜 자기애주의자들은 대인 관계를 제대로 가질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자신은 아무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돋보여 줄 짝을 찾을 뿐이지 사랑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터놓고 나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시 감정을 나눌 수 있을 때라도 자신의 우월함을 채우는 기회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약하고 건강하지 못한 그들의 자아가 자기애의 근간이므로 그것을 건강하게 바꾸려면 끊임없이 대인관계나 공동체에서 만남을 가지면서 막혔던 감정을 열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누군가와 결속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서 생긴 자기애은 오히려 사람들과 만남을 통하여 결속되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근춘

이근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