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석사 논문은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 자녀들의 문제에 목회자 자녀라는 역할이 더해질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민 목회자 자녀들을 위해 시작되었다. 목회자의 자녀라는 독특성을 이해하고, 잘 양육하여, 건강한 목회자 가정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목회자의 자녀도 일반 성도의 자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특별한 한가지는 일반 성도의 자녀보다 목회자에게, 그 가정에, 그리고 성도들에게까지 더욱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목회자라는 부르심에 응한 사람은 부모이지, 자녀 자신이 아니다. 그러나 목회자 자녀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감당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된다. 게다가 이민 가정의 자녀로서, 한국 문화 속(교회 공동체)에서 살아가야 하는 미국 문화에 익숙한 자녀라면 혼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중한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는 목회자의 자녀가 청소년기를 지나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도울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한국 문화의 여러 면 중 목회자 자녀들이 힘들어하는 문화, 미국 문화와 상반되는 문화로 공동체 문화와 수치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자신의 것을 희생하여 타인을 살리는 공동체 문화,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며 얻는 죄책감이 아닌, 타인의 눈에 의해 점검되어 얻는 수치심은 미국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목회자 자녀들에겐 큰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청소년기를 맞아 혼란을 겪게 되고, 그런 자녀들의 문제로 인해 영향받는 부모(목회자)와 성도들이 있기에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만은 아니다.

공동체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은 바운더리를 세우는 것이 마치 이기주의를 앞세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게다가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보이신 사랑과 자비, 긍휼의 마음이 없는 것처럼 판단되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한 바운더리는 오히려 공동체와 협력하며, 공동체도 살리고, 자기 자신도 살릴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하나님께서 개개인에게 부여해주신 독특성, 달란트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바로 바운더리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로서 성공하여 사역이 확장될수록 그 자녀들은 부모와의 관계가 연약해지기 쉽다.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목회자로서 자녀를 대하고 있는지, 부모의 마음으로 자녀를 돌보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은 3번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 번째 모임에서는 부모로서 자녀의 바운더리 상황을 점검하고, 공동체 문화 속에서 자녀의 바운더리가 너무 낮아 침범당하고 있는지, 너무 높은 바운더리를 세워 공동체 속에 소속되지 못하고 있는지 부부가 함께 점검한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자녀가 한국의 공동체 문화와 미국의 개인주의 문화를 어떻게 적절히 통합하여 살아가고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본다. 자녀가 하나님의 자녀이자 목회자의 자녀로서, 한국문화에 속한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잘 확립하여,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워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부모가 도울 수 있다. 마지막 모임을 통해서는 이민 가정의 목회자 자녀라는 공통점 속에서도 각자 가정과 교회, 부모로서 자녀로서 가진 달란트들이 모두 다르므로, 각자의 상황에 맞게 부모가 자녀에게 맞는 자유와 책임의식을 설정하는 법을 배운다. 이어서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나 대화법’을 통해 자녀와 건강하게 대화하면서, 율법의 하나님이 아닌 복음의 하나님을 부모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돕도록 한다.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이나 주변에서 일어난 변화들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적용하면서 자녀를 양육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결단하는 시간을 가진 후, 건강한 바운더리 속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목회자 부부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며 프로그램을 마친다.

자녀가 부모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하나님과 만나서 깊은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부모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누리는 목회자 자녀들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가장 좋은 것, 가장 선한 것을 좀 더 빨리, 좀 더 좋은 방식으로 사랑하는 자녀에게 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틈조차 없을 만큼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한다.

왕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