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아프고 힘들 때 우리의 영성은 어떠한가? 영적인 갈등은 부정적인 생각, 감정, 염려, 신앙 및 신앙생활이나 경험에서 갈등을 겪는 것을 포함하는데, 이러한 영적인 갈등은 정신 건강, 신체 기능, 질병 등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어느 쪽이 먼저이냐 보다는 몸-마음-영성이 서로 연관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틀림없다. 그럴 때 우리는 영적인 노력을 더 해야 하는가 아니면 심리적인 노력을 더 해야 하는가? 심리적 노력이 영적인 문제에 과연 도움이 되는가? 이러한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을 하는 데 있어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Maryland 대학과 Duke 대학교수인 Pearce와 Koeing는 우울증과 의학적 질병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적인 갈등을 줄이는 데 있어서 종교적 인지행동치료(Religious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RCBT)와 전통적 인지행동치료(Conventional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CBT) 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하기 위해 132명을 대상으로 각 10회에 걸친 치료를 시행하고 그 치료 효과를 비교하였다.

영적인 갈등(Spiritual struggles)이란?
영적인 갈등이란 “왜 하나님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시는가? 내가 이런 일을 당할 만큼 뭔가를 잘못 한 것인가, (이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이 나를 벌 주시는가, 기도했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하나님이 정말 나를 사랑하기는 하시는지 아니면 변화를 일으킬 힘이 있으신 것인지, 내가 속한 교회 공동체에서 아무도 나를 방문도 안 하고 도와주지도 않는다, 그들이 나를 버린 건가, 너무 고통스러운데 이게 사탄이 개입한 건가?” 하는 질문들을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참여자 특징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18~85세 사이 성인,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만성 질병이 있고, 종교나 영성을 중요시하고, 우울증이 있고 (DSM-IV 진단 기준, BDI-II 검사 기준으로 약한 정도에서 심한 정도)*의 기준에 맞는 사람들이 치료에 참여하였다. 두 치료집단에 참여한 사람들은 매회 50분, 12주 동안 10회에 걸쳐 치료를 받았는데, 그들의 만성 질병으로 인해 전화 상담(94%), Skype 상담(5%), 메시지(1%)로 진행되었다.

CCBT와 RCBT의 차이점
전통적인 인지행동치료(CCBT)는 우울증 치료 매뉴얼에 따라 인지 왜곡을 수정하고, 긍정적 행동을 증진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종교적 인지행동치료(RCBT)의 묵상(meditation) 기법에 상응하게 하려고, CCBT 치료에는 마음 챙기기(Mindfulness) 기법이 사용되었다. 상담 회기들은 긍정 심리학 기법들, 용서, 감사, 이타 행동, 축복 세어보기, 희망 품기 등도 접목하였다. 반면에, 종교적 인지행동치료(RCBT)도 CCBT와 마찬가지로 같은 치료 매뉴얼을 사용하되, 차이점은 참여자들의 신앙을 치료에 적극적으로 통합하였다. 각자의 종교에 맞게 RCBT 매뉴얼을 조정하였는데, 참여자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었다. 즉, 내담자들의 신앙을 활용해서 부정적인 인지 왜곡을 다루는 점이 CCBT와는 다른 점이다.

연구 결과
그 결과, 종교적 인지행동치료(RCBT)와 전통적 인지행동치료(CCBT) 간에 차이가 없이 둘 다 유사하게 영적인 갈등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종교성이 높고 영적인 갈등도 높은 집단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그러므로 RCBT와 CCBT가 우울증과 의학적 질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영적인 갈등을 줄이는 데 같은 효과를 지닌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연구자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왜냐하면, 영적인 갈등에 대해 RCBT는 구체적으로 신앙적 접근을 하고, CCBT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치료 효과가 두 집단 간에 비슷하게 나온 것은 아마도 영적 갈등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거나, 신앙적 통합 이외에는 두 치료 집단 간 차이를 최소화하느라 용서, 감사, 등의 내용은 공통으로 포함하였던 점, CCBT에서 사용된 마음 챙기기 기법은 종교적인 참여자들이 자연스레 묵상의 목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 용서와 같은 개념은 참여자 스스로 종교적인 경험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점 등이 기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우리가 신체, 마음, 영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고통의 순간들을 지나고 있을 때, 심리적인 접근이나 종교적인 접근이 유사하게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연구를 통해서 신앙인들이나 사역자들이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바는, 두 집단은 모두 치료 집단이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일어났다는 점과 치료적 요소가 없는 영적인 접근보다는 치료적 접근 자체가 가져오는 유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점,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영적인 갈등을 줄이거나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상담이나 심리치료에서 구체적이고 직접 신앙적 접근을 하지 않아도 영적인 갈등에 효과가 있다는 점, 반대로 상담이나 심리치료에서 신앙적 접근을 하는 것 자체의 유익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화자 교수 사진1
김화자 교수